[오!호프데이] 컬투 "라디오스타라 불러주세요"
‘먹어~ 배고프니까’ ‘그때 그때 달라요’ 등 숱한 유행어를 낳은 유쾌한 ‘환상의 커플’ 컬투의 정찬우(40)- 김태균(36)은 요즘 ‘1쌍(雙) 3역’으로 바쁘다.
컬투는 브라운관 대신 SBS파워FM ‘2시 탈출 컬투쇼’의 DJ와 전국 공연. 사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웃기는 대표적인 개그맨으로 손꼽히는 이들은 ‘2시 탈출 컬투쇼’에서 전국민의 배꼽을 쥐게 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치고 있는 소극장 순회공연 ‘미친 컬투쇼’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원주. 일산. 인천. 부산 등의 공연을 남겨두고 있어 바쁜 일정 탓에 어렵게 섭외(?)했다. 실제를 방불케하는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인 하이트맥주 광고모델로도 안방을 찾아오고 있다. 이번주 ‘오! 호프데이’에선 14년간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개그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기투합한 컬투를 만났다. 전날 각자 마신 술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서도 웃음 속에 진지함이 짙게 밴 컬투의 거침없이 통쾌한 입담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왜? 재미있으니까~.
◇라디오스타라 불러주세요
－요즘 TV에서 보기 힘들다.
(정찬우·이하 정)‘2시 탈출 컬투쇼’를 거의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지방 공연도 하고 사업도 같이 하느라 계속 바빴다. 개그. 마술. 노래를 섞어서 공연하는데 지난해 크리스마스때는 워커힐쇼처럼 깃털도 달고 러시아댄스를 췄다. 콘텐츠비즈니스도 하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후배들 개그하는 것도 틈틈이 봐준다.
－지난해 SBS연예대상시상식에서 라디오스타상을 받았다.
(김태균·이하 김)우리 프로가 최근에 전국 라디오 청취율 1위가 됐다고 하더라. 5월이면 딱 2년이 되는데 일찌감치 방송 3개월만에 같은 시간대 청취율 1위가 됐다. 흐흐. PD님이 출연료를 좀 올려주셔야 하는게 아닌가.
－라디오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말도 편하게 막하고 재미있으니까. 사연 자체도 재미있고 우리가 잘 읽기도 한다. 하하.
(김)처음에는 심의에도 몇번 걸렸다. ‘웃통을 벗었다’ ‘귓방망이를 때렸다’ 이런 표현이 지적을 받더라. 사연을 읽는거 빼고는 다 애드립이다. 작가가 자기가 써준 오프닝멘트를 제대로 안해준다고 섭섭해하더라. 껄껄. 낮 시간대에 방송하다보니 중· 고교생들이 수업시간에 몰래 우리 프로그램을 듣는다고 하더라. 우리가 라디오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낮시간대 청취자층이 늘었다는 게 더욱 의미가 있다. 왜 라디오에선 ‘군인과 학생들이 들어야 청취율이 오른다’는 속설이 있지 않나. 심지어 우리 프로에선 남의 것 듣다가 온 사람들이 자진신고하는 코너 ‘전입신고’도 있다.
－방송에서 실수한 적은 없나.
(김)공연을 오래하다보니 넘지 않을 선을 적절히 조절하는 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됐다. 말 그대로 우리는 솔직한 방송을 한다. 방송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을때 “형이 X 싸고 올게”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다녀온다. 실수하면 바로 공개사과한다. 방송에서 트림을 몇번 했는데 곧장 “국민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하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너와 나는 영혼의 형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는데 트러블도 있었을 것 같다.
(김)94년 MBC 개그맨 동기였고 그해 11월부터 컬트삼총사로 시작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사이라 가족보다 더 가깝다.
(정) 둘이 성격과 취향이 워낙 달라서 싸울 일이 없다. 서로를 보완해준다고나 할까. 나이가 동갑이었다면 싸우기도 했을 텐데. 내가 나이로는 네살이 위지만 학번으로는 5년 위인 형이어서 싸운 적이 없다.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해서 부부가 오래 살면 말을 안하듯이 우리도 둘만 있으면 말을 안한다. ‘보이는 라디오’를 할 때는 청취자들이 ‘둘이 싸웠냐’고 물어볼 정도다.
(김) 알게 모르게 역할분담이 있다. 팀활동은 배려없으면 못한다. 형은 과묵하고 남자다운 스타일이고 나는 꼼꼼하고 공사 구분이 분명한 편이다.
－취미도 많이 다를 것 같다.
(정)나는 낚시하거나 술먹고 자는 걸 좋아한다. 조용한 편이다. 매일 보니까 우리 둘이서만 따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김)나는 야구 골프 등 활발하게 운동하는 게 좋다. 연예인야구단 ‘조마조마’의 선수측 감독이다. 우리 팀은 재작년에 우승했고 작년에 준우승한 명문팀이다.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김)공연을 오랫동안 해왔고 우리가 대학로공연을 시작할 때부터 매진될 정도로 잘됐지만 투자를 많이 해서 돈은 별로 없다. 대학로 가게도 말아먹고.
(정)밤무대에 섰으면 돈을 많이 벌었겠지만 한달에 스물몇번이나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사는게 좋지 돈을 많이 버는 게 그리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밤무대도 자기가 좋아해야 하는 거지 우리는 싫다. 그렇지만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사람은 하라고 한다.
－각자 활동도 왕성하게 하던데 따로 활동하는 걸 보면 섭섭하지 않나.
라디오. 공연. 사업을 같이 하고 있어서 나머지 활동에 대해서는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 둘이 할때는 하고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는게 좋지 않나.
◇공연은 우리의 원동력
－방송보다 공연을 더 많이 하는 이유가 뭔가.
(정)원래 공연만 하려고 했다. 2002년 컬트삼총사에서 정성한이 탈퇴하고 둘이 되면서 우리를 알리려고 방송을 활발하게 했다. 또 방송을 하면서 코미디언의 이미지가 너무 격하된 것을 느껴 코미디언의 이미지를 다시 올려놓고 죽으려고 사업쪽으로 새 길을 개척하게 됐다. 공연을 하려고 앨범도 냈다. 운도 좋았던 것 같다. 우리가 처음 대학로공연을 시작할 당시 ‘외설이냐 예술이냐’하며 벗는 연극이 대부분이어서 개그와 노래를 접목한 우리 공연이 틈새시장이 됐다.
(김)2시간30분동안 둘이서 하는 공연을 통해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 이를 ‘웃찾사’에서 많이 활용했다. ‘웃찾사’ 초창기에는 6~7개 코너를 우리 아이디어로 꾸리기도 했다.
－지난해 가수 이승철과 함께 공연했는데 올해는 계획이 없나.
(정)승철이형이 공연하면 2만명. 우리가 공연할때는 1만6000명 정도 와서 둘이 같이 하면 최소 3만명은 넘을 줄 알았는데 2만명에 그치더라. 그래도 뮤지션과 개그공연의 만남이어서 나름대로 뜻깊었다.
－언제까지 공연을 계속할 계획인가.
(김)우리 공연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공연때 200개 가까이되는 콘서트에서 우리가 3등 했다. 우리 공연도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매년 서울에서만 2만5000명 정도가 우리 공연을 본다. 그중에서 80~90％가 우리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
(정)이번에 소극장 공연을 하다보니 마니아층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내년에는 더욱 잘될 것 같다.
◇코미디언이 잘사는 그날까지 쭉~ 가는거야
－사업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우리가 컬트패밀리를 차리고 사업을 한지 10년 됐다. 초년시절 우리 매니저가 우리를 등치다 들켜 ‘우리끼리 하자’고 시작했는데 2003년에 ‘웃찾사’를 하면서 개그맨들이 하나둘씩 합류한게 수십명이 됐고 지금은 100명쯤 돼 개그매니지먼트사중에 우리가 수적으로 제일 많다. 몇백명씩 몰리는 자체 오디션도 몇달째 안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 만능 엔터테인먼트로 키워보고 싶지만 개그는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여야 더 잘하는 것 같다. 춤신동. 노래신동은 많지만 개그신동은 없지 않나. 개그는 서른살이 넘어야 제대로 해볼만 한 것 같다.
(정)네이버. 싸이월드. 르노삼성과 프로모션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우리가 콘텐츠를 갖고 있으니 콘텐츠를 제공하는 2차 비즈니스도 추진하고 있다. 개그맨 개개인을 상품화하는 PB상품도 내놓고 있는 중이다. 리마리오의 임실치즈피자 같은 개그맨의 얼굴이 담긴 스테이크. 대두유 등의 상품을 추진하고 있다. 컬트패밀리마트가 8호점까지 있는데 10호점을 넘게 되면 활발하게 홍보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
(정)당분간은 지금 하고 있는 라디오. 공연. 사업으로도 벅차다. 회사일로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살이 6~7㎏이나 빠졌다. ‘웃찾사’ 후배들을 봐주는데 요즘 캐릭터 위주의 코미디가 별로 없어서 개그맨들의 수명이 더욱 짧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중파 방송3사를 다봐도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안나온다. (김)옛날 코미디언이 지금보다 출연료도 더 많이 받았다. 모 선배는 TBC로 갈때 백지수표를 받았는데 무서워서 액수를 못쓰기도 했다더라.
－개그맨 후배들에게 평소 당부하는 말은.
(정) 브랜드를 키우라고 말한다. 우리가 공연을 해서 대중이 좋아해주니까 방송활동도 왕성하게 한 것처럼 대중에게 알려지면 두려울게 없지 않나. 가수야 쉬었다가 앨범을 내도 되지만 개그맨은 절대 쉬면 안된다. 개그를 하다가 중단하면 감이 떨어져서 힘들다. 요 감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코미디언을 희극배우로 인정을 안해주는 것 같다. 그런 편견이 깨졌으면 좋겠다. 우리라고 주성치의 ‘쿵푸허슬’을 못만들겠냐.
－해외진출 생각도 해봤을 것 같다.
(김)‘퀴담’을 보면서 말이 필요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를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동안 이벤트하면서 삐에로가 웃기더라. 아직 계획은 없지만 수출용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비보이. 칵테일쇼 등만 모아서 공연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정)코미디언이 잘 살 수 있도록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IPTV가 본격화돼 다채널시대가 되면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더욱 많아질 것 같다. 뉴스를 진행하고 싶어서 지난해 스토리온에서 ‘컬투뉴스’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치인들의 비리나 숭례문이 불탄 것 등 사회문제를 솔직한 토크쇼형식의 뉴스로 전하고 싶은데 현장을 연결해주는 기자군단 소스가 꼭 필요하더라. 틀에 박힌 뉴스가 아니라 거르지 않고 솔직한 뉴스를 언젠가 꼭 하고 싶다. 영국에 이런 컨셉트의 뉴스가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채널 전체를 코미디 뉴스. 코미디 일기예보· 드라마· 쇼 등으로 꾸리는 것도 도전하고 싶다.
(김)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같은 형식의 음악프로그램과 연예인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대하는 토크쇼도 진행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힘들것 같고 좀더 연륜이 쌓이는 3년 뒤쯤이 좋을 것 같다.
(정)우리가 공연할때 관객들에게 약간의 반말을 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나이다. 유명인사를 모셔놓고 대화하는 토크쇼도 어느 정도 나이가 돼야 거부감 없이 솔직한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
조현정기자 hjcho@사진 | 최재원기자 shine@
08/02/29 10:10 입력 : 08/02/29 12:16 수정 |
|
트렌드 키워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