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콘서트 후기 리포트]
장소 :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시간 : 토요일 4시 공연
자리표가 1번과 13번이라서 친구랑 같이 앉기 위해서
메뚜기를 뛰는 불안한 상태로 공연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메뚜기 - 남의 자리 앉아있다가 주인오면 메뚜기처럼
다른 자리로 날아간다는 뜻)
정확한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나는데로 써볼께요.
첫 곡... 신비스런 조명아래 망토를 입은 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NightWish 의 "Walking in the air"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 설명 : 여성 성악 보컬 헤비메틀 그룹의 노래인데
초고음이라서 카피하는 밴드가 거의 없거든요. )
고유진 형님은 그 곡마저도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똑바로 살아라 를 부르는데
우디형님의 베이스 소리 정말 묵직했어요. 피크를 사용해서 좀 더 느낌이 달랐어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감칠맛나는 독백도 멋졌구요.
몇 곡뒤에 의자를 갔다놓고 어쿠스틱 공연 스타일로
가요 메들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러스분이 박정현의 "꿈에"를 부르기 시작하더라구요.
어느 정도 부르다가 갑자기 "안녕하세요 박정현입니다"
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저는 급하게 화장실 뛰어갔다와서
"잉~ 박정현이 게스트로 왔나?" 하고 무대를 보는데
원곡 "꿈에"보다 한 옥타브 더 올려서 부르는 유진형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어려운 곡을... 완벽하게 박정현 목소리로...
박정현 특유의 바이브레이션까지도 흉내내는데
사람들 많이 즐거워 하더라구요.
다음 김종서 모창 - 아름다운 구속 도 원곡보다 휠씬 낫더라구요.
브라이언 맥나잇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
어찌나 호흡이 긴지.....
Crying은 정말 Cry 하고 싶더라구요... 감정끌어올리는 탁월한 가창력.
중간 게스트로 신인이 나왔습니다.
리트머스라는 그룹은 MR 틀어놓고 westlife 노래로 시작했는데
특이하게 드럼이 섹시한 여자더라구요.
다음 게스트로 허규 라는 솔로 보컬이 나왔는데
아~정말 노래 잘하더라구요.
배에서 끌어올리는 안정된 고음.
되게 떨면서 버벅대는 모습이 참 귀여웠어요. 겸손한 자세가 맘에 들던데요.
"안 유명해서 죄송합니다. "
2부에 눈물을 부르는데
"울게 하소서"부분을 빼고 부르는 거에요.
좀 다르게 편곡한 기타 반주에 맞춰.
그러나 갑자기 조명이 두 개만 남고 모두 꺼진 암흑속에서
"울게 하소서" 부르는 유진 형...
이 목소리가 과연 남자의 목소리인가 감탄하며 쫘르르 감전된 듯한 느낌~
외국의 웬만한 보컬리스트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가창력...
제가 좋아하는 플리즈도 라이브 버전으로 편곡했어요.
다른 플라워곡들은 1절만 한 것도 많은데
플리즈는 끝까지 다 불러 너무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드럼사운드 정말 괜찮았습니다.
기타톤도 잘 잡았고 사운드 면에서도 최상급.
다만 아쉬운 건 키보드 소리가 너무 어택음이 강해서
띵띵거리는 키보드처럼 나와서 약간 아쉬웠어요. 좀 더 부드럽게 조정했으면 좋았을텐데.
연주는 물론 훌륭하던데요.
에필로그도 그렇게 애절할 수가 없네요...
집에서 들을때랑 느낌이 왜그렇게 다른지.
Queen 메들리 시간.
프레디 머큐리처럼 런닝바람에 빨간 목도리.. 완벽한 의상 준비...
Too much love kill you 와 Somebody to love 도 플라워 스타일로 잘 불렀지만
Bohemian Rhapsody 는 죽음이었어요...
보통 다른 밴드들은 그 곡 중간의 합창부분 생략하고 연주하거든요.
갈릴레오~~ 갈릴레오 나오는 부분 있잖아요. 유진형과 코러스 4명이 원곡 느낌 그대로
잘 부르더라구요. 설마했는데~ 그 어려운 곡을... ㅡㅡ
감동먹었습니다.
Don't stop me now까지 그렇게 신나게 불러댈 줄은... ㅡㅡ
드디어 소민이 등장했습니다. 귀여운 모자에 귀여운 배꼽티입고
Because I love you 듀엣곡... 소민목소리에 유진형 목소리가 합쳐지니
프로들이 뭉치면 저렇게 되는구나를 느꼈답니다.
뮤지컬 스타일 곡부르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깜찍이 의상입고 올리비아 뉴튼존의 "Summer night"을 번역해 부른 것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록그룹 콘서트는 자기 노래만 자기 스타일로 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플라워는 역시 달랐습니다.
춤과 노래 , 뮤지컬까지..
소민누나와 탭댄스 배틀까지 선보인 유진형~
펑키가발쓰고 왁스의 "오빠"할땐 코러스분들 춤 예술이던데요.
왁스노래할때 중간 드럼 반주에 맞춘 소민누나 춤....
와우~ P E R P E C T
이효리 허리 + 보아 춤 스피드 + 브리트니 섹시함
마지막 피날레 "점프" 등등 하드코어 스타일 레이스는 환상의 도가니...
앙콜 endless 할땐 저도 목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컬은 고음을 잘 소화하면 "잘한다"라는 평가를 내리지만
록보컬은 고음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유진형님은 노래의 감정표현, 중저음, 다양한 장르 락발라드, R&B,
성악(테너에서 소프라노까지)
하드코어, 팝댄스, 헤비메틀까지 소화해내는 음역.
곡에 맞는 적절한 모션(운동화부를때 빨간 운동화 가리키는등)
예를 들면 왁스도 노래 잘하지만 가만히 서서 끝까지 부르는 등
무대 카리스마가 약한 편이지만
유진형은 블랙홀같이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까지 지녔고
그리고 무대 매너 및 깔끔한 유머와 멘트까지 두루 지녔다고 평가내릴 수 밖에 없네요.
할 말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주절대는 보컬도 많이 봤거든요.
그냥 멘트 안하는 게 차라리 나은 그런 보컬도 많은데...
한국에 있긴 아까운 보컬리스트입니다. 정말...
성진형의 작곡 능력 및 편곡 능력은 새삼 공연에서 확실히 느꼈구요.
기타 솔로 개인기 좀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전체적으로 콘서트 구성이 참 잘짜여졌고 곡 순서도 잘 맞아 떨어지구요.
조명 누가 했는지 몰라도 상당하던데요. 유치하게 빤짝거리는 게 아니라
적절한 절제와 타이밍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Good - Bye" 를 안해서 조금 아쉽네요.
여튼 감동의 도가니였고 너무 너무 신났답니다.
맨 앞에 앉았다면 정말 난리 쳤을 거 같네요.
잊지 못할꺼에요. 평생.
그 동안 공연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데 플라워만큼 감동적 콘서트는 없었습니다.
플라워는 이벤트 및 선물 또는 유명 게스트로 공연을 채운 것이 아니라
"음악"만으로 꽉~~ 채운 진정한 뮤지션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구요.
플라워님들.
이글스처럼 10년 20년 지나도 변함없이 좋은 음악들려주길 바랍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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