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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상처받는 이들에게 상처받아 어떠냐고 묻지 않고
내 자신이 상처받는 사람이 되어 본다.
-윌트 휘트먼, ‘풀잎’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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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일이 넘었습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참 제각각입니다. 직접 피해입은 가족은 없지만 희생자 가족들처럼 발을 동동 굴리며 입이 마르기도 하고, 물 속에 잠겨가는 이들을 떠올리며 잠을 제대로 못자기도 하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은 우리들의 잘못에 대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누군가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식힐 수가 없어 울분을 토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죽은 사람은 남이 아니라 ‘아이구, 내 새끼!'와 같은 한 식구입니다. 매우 높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진심으로 같이 슬퍼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이 분들 중에는 희생자나 희생자 가족과 동일시되어 비슷한 정신적 외상으로 이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게 슬프거나 괴롭거나 화가 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슬픔이 가슴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첫째는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별 생각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도 같이 슬퍼했으면 하는데 정작 슬프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닐까 걱정하거나 자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각한 이들은 스스로 사이코패스나 자폐증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사실은 공감능력이 다소 부족하게 태어났거나 자라면서 지나치게 감정을 억압하면서 자랐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 째는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화를 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개한 국민정서’ 발언과 같이 사람들의 반응을 호들갑을 떤다거나 비이성적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왜 좋아하는 TV프로그램도 못 봐야 하는지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슬프고 화가 나고 우울하지만 일상생활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별로 슬프지 않고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공감능력의 차이 때문에 서로의 반응이 다른 것일 뿐입니다. 다만, 인간사회가 유지되어 온 것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공감능력과 보편적 가치와 공공선을 추구하는 윤리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별로 슬프지 않는 사람들은 슬퍼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호들갑이나 가식이나 비이성적이라고 폄하하기 전에 자신에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같이 아파하는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만일 선장과 선원들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기본적인 공감능력만 있었다면 우리의 봄은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어쩌면 우리들의 공감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2014. 4. 25.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75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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