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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형섭
  홈 URL  http://www.2xlife.com
  제    목  소통의 첫 번째 원칙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거야?”

 

아내가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싸웠습니다. 그것도 장인어른 생신 날 아침부터 소리지르며 대판 싸웠습니다. 가만 보면 꼭 특별한 날, 중요한 날 싸움이 생기네요. 갑자기 잘하려는 마음의 부작용인가 봅니다. 부부 싸움은 늘 유치하지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되지만 곧 치사한 폭로전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그나마 넘지 말아야 할 선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습니다.

 

홀로 남겨진 방에서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쪽을 향해 의자에 앉아있었던 거지요.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자 싸우기 전까지 들여다보고 있던 트위터(twitter.com)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통하려면 트위터를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한참 전에 계정만 만들어두었던 걸, 요즘 들어 조금씩 만지작거리고 있었거든요. 부부싸움이나 하는 주제에……

 

김연아 선수와 김주하 아나운서도 사용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트위터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수가 1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트위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종의 문자 채팅과 블로그의 결합 같은 겁니다. 차이가 있다면 동시에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한번에 140자밖에 입력할 수 없는 제한이 있다는 정도이지요.

 

트위터에는 ‘following’과 ‘follow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자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내가 선택한 사람입니다. 후자는 내가 하는 말을 듣겠다고 신청한 타인이고요.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나 큰 영향력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following과 follower의 수가 일정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균형 속에는 한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트위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니홈피나 블로그와 같은 다른 웹2.0 서비스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합니다. 가입만 해서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에 가입하지만 곧 흥미를 잃고 떠나갑니다. 소통을 하라고 만들어진 도구인데 소통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지요.

 

1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있지만 관계를 맺지 않는 한 누구도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냉정하지요?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오히려 이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마음 먹고 그를 follow하면 그 사람도 덩달아 나를 follow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결국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손을 내밀어야만 그도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듣지는 않고 떠들기만 하려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경청, 소통의 첫 번째 원칙이지요.

 

노년의 불행은 경제적인 궁핍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하고 싶은 말은 늘어나는데, 들어줄 사람은 줄어드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비단 노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소통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요.

 

지난 밤,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혼자라는 사실보다 더 가혹한 형벌은 없다.’라고 남겨놨군요. 아~ 함께 사는 그녀가 제 수다에서 아예 마음을 거둬가기 전에 그녀의 말을 더 들어야겠습니다. 아는 사람이 왜 맨날 싸움질이나 하고 있을까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참 다르네요.

 

누군가는 트위터가 마케팅의 혁명을 창조하고 있다고 소리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향기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저와 트위터로 이야기, 나누시겠어요? 제 아이디는 ‘mapp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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