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의 책이었던가.
20대, 젊음이란거
꼭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막상 노력한다고 다 손에 쥘 수 있는 것만은 아니므로
그 가능성때문에
갈팡질팡
힘들고 괴로운 시기이기도 하다고.
언젠가 읽었던 그 구절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 정말 그래
하고 공감하며 우울해지고 싶었다.
긴 인생에서
한 두해의 다급함에 쫓겨서
내 삶의 방향성을 잃고 싶지 않았고
끌려다니기보다 주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그래서 선택했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을 알 수 없는 여정은
그 설레임만큼 두려움의 크기도 비례함을
때때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각하는 요즘
그리고 힘들었던 오늘.
-
무거운 머리를 비우고 싶어 도서관에서 집어들고 온
'그리스인 조르바.'
묵직한 책의 무게가 왠지
온갖 상념을 비워줄 것 같은 생각에
이끌리듯 집어든 책.
(항상 아니 가끔이지만 꾸준히
회의,의심,불안 따위가 나를 잠식하는 날
우연히 혹은 생각없이 집어든 책이
운명처럼
나의 상황과 생각을 정리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될까)
'오, 내가 당신만큼 젊었더라면!
어디든 한 번 이 대가리를 처넣어 볼겁니다.
일, 포도주, 사랑, 뭐든 말이오.
나같으면 하느님도 악마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젊음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라고 조르바는 책속에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해보는 것
'매 순간 처음인 듯 몰두하는 것
'인생의 줄을 잘라 보는 것
지금의 너에겐 이것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늘어진 정신의 줄이 다시금 팽팽해지는 기분이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해보는 것.'
지쳐 쓰러질때까지, 후회 없이 내 모든걸 다 걸고
다시는 생각나지 않도록 미친듯이 해보는 것.
모든 걸 쉽게, 적당히 흘러왔던 나에게 필요한 것.
적당히 몇 번 해보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담궈서 그 바닥까지 내려가야
'그것'을 깨치고 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 순간 처음인 듯 몰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 몸이 바로 '그것'이 되는 것이다.
재즈를 들을 때는 재즈의 선율이 되고,
등산을 가면 산이 되는 것이다.
매일 보던 하늘에도, 나무에도, 거리에도
분명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생의 줄을 잘라 볼 수 있을까?'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세계일주를 떠나 볼 수 있을까?
서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볼 생각이 들까?
밤새 게워내며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직장에서 마음껏 대들어 볼 수 있을까?
내가 당장 이 줄들을 모두 잘라내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그 길이를 늘려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자유의 범위를 차츰차츰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두를 잘라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의 구속도 없는 내 자리에서
인생의 줄을 자르고 날아갈 수 있게 되겠지.
악마조차도 두렵지 않은 젊음.
그 젊음과 정열과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를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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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의 일기인데.
어쩌면 내 마음이랑 이렇게 비슷한지.
나도 이런 멋진 일기를 쓰고 싶은데,
내 생각만큼 필력은 따라주지 않은건지
내 생각이 그만큼 짧은건지.
| 
내 안의 빛을 키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