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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형섭
  홈 URL  http://www.2xlife.com
  제    목  일, 삶의 빛인가 짐인가

<일의 발견>의 저자인 조안 시울라는 젊은 시절 시간 강사로 노동 철학을 강의하면서 웨이트리스와 바텐더 등 여러 직업을 병행했습니다. 그녀는 박사 논문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고 전임 교수도 아니었기에 강사와 공부와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아침에는 철학 강의를 하고, 오후에는 대학원 세미나에 참석했으며, 밤에는 식당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이런 생활에서 그녀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일과 정체성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내가 대학 강사일 때와 대학원생일 때, 그리고 웨이트리스일 때,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어떤 역할이 실제 나일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것은 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만,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일은 개인의 정체성의 바탕이자 자존감과 행복 그리고 스트레스의 주요 원천입니다. 오늘날 사회는 한 마디로 ‘일을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조안 시울라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에서 일이 삶의 중심이 아니었던 시대가 훨씬 더 길었으며, 일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긴 시대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령 고대 서양인들은 일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무시무시한 벌 중 하나로 ‘쓸모 없고 헛된 노동’을 꼽았습니다.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는 가장 무시무시한 고문은 ‘다나이드의 노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나이드는 자신들의 남편을 죽인 젊은 자매들이었는데, 그들은 벌로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채우며 여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또한 신들을 속인 시시포스는 지옥에서 큰 바위를 쉬지 않고 언덕 위로 밀어올려야 하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바위가 언덕 정상에 도착하면, 그 바위는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시 언덕 위로 올려야 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시울라는 다나이드와 시시포스를 괴롭힌 것은 ‘소모적이고 지루한 과업, 자유의 상실, 무의미하고 헛된 일’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새는 물항아리를 채우는 다나이드에게, 만약 우리가 대가를 지불한다면 그것은 더는 벌이 아닌가? (...) 우리가 시시포스에게 자유를 주고 ‘당신이 원할 때마다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올려도 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 마지막으로, 우리가 다나이드와 시시포스 모두에게 영적(spiritual)인 목적을 준다면 어떨까?”

 

시울라는 어떤 일에서 생계 수단으로서의 의미, 선택의 자유, 그리고 정신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런 목적과 의미는 어떤 일 그 자체에 내재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발견하고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마 일과 그 일을 하는 태도 둘 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같은 일이라도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일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사람에게 일은 ‘삶의 빛’이 될 수도 있고, ‘삶의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의 발견>에서 조안 시울라는 어떤 일이 삶의 빛인지, 또는 삶의 짐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매력적이고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일(work)’ 의 의미와 역사를 인문학, 사회과학, 경영학적 관점에서 폭 넓게 고찰함으로써, 일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한 답이 아니라 중요한 질문을 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일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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