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thing... 퍼온 모든 것... 글, 그림, 사진, 동영상, 뉴스기사 등등

          
View Article  
  작성자  김형섭
  홈 URL  http://www.2xlife.com
  제    목  독자의 심장 쥐락펴락… 난 그냥 '닥치고 이야기'

[신문으로 읽고 TV조선으로 본다] [어수웅 기자의 북잇수다] [2]소설가 정유정
직장 생활 14년은 '진짜 꿈' 이루기 위한 시간
5년간 공모전 11번 낙방… 고치고 또 고쳤다
문체·문장은 내 관심 밖, 이야기꾼 되고 싶어
소설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젖줄이자 대지… 영상 시대,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 승부한다

평지 돌출이란 표현이 있다. 느닷없이 솟아오른 융기. 족보도 없고 계통도 없다. 작가 정유정(47)이 그런 경우다.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해본 적도 전혀 없고,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은 적도 없으며, 상대적으로 홍보에 취약한 지역(광주광역시) 문인. 오로지 자신의 문학적 재능과 성실 하나로 승부하는 작가라는 것. 존재 자체를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시인 바이런의 문장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정작 본인은 이 수식이 억울하다. 나이 마흔에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치밀한 계획'으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문학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7년의 밤'의 주인공이자 2013년 한국 문학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화양 28'(가제·6월 출간 예정)의 작가를 만났다.

◇세 살 어린 동생 친구와 결혼

―내일(22일)이 박완서 선생 2주기다. 당신도 선생처럼 나이 마흔에 작가가 됐다.

"간호사 생활 5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생활 9년, 도합 14년을 직장인으로 살았다. 대학은 간호학과를 다녔지만 단 한 번도 문학의 꿈을 접은 적은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건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한 준비기간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세 살 어린 남동생 친구가 남편?

"이 얘기 알려지면 너무 계산적으로 보이는데(웃음). 동생 친구가 '작업'을 걸길래 내가 그랬다. 나는 글을 써야 하니 당신이 나를 책임져야 한다고. 그러니 결혼하고 싶으면 공무원이 되라고. 석 달 뒤에 119구조대 시험이 있었다. 떡하니 합격해왔다. 어쩔 수 없더라."

―'치밀한 계획'의 정체는.

"결혼할 때 '집을 사면 그날로 직장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둘이 벌어 딱 6년 걸렸다. 집을 산 그날 바로 통보했다. '신랑, 이제부터는 당신이 날 먹여 살려라.' 그때부터 들어앉아 글을 썼다. 서른다섯 살이었다."

 
정유정에게 소설은 존재 의미다. 설사 자신의 아들이 공자 같은 위대한 사상가가 된다고 해도, 공자의 엄마보다는 무명 소설가 정유정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이명원기자
◇처음엔 무작정 원고 보내

―첫 5년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책을 내자고 하길래, 내가 글을 정말 잘 쓰는 줄 알았다(웃음). 그렇게 3권을 썼는데,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 이후 공모전 응모로 방향을 바꿨다. 5년 동안 11번 떨어졌다. 나중에는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게 2007년이다.

"고무장갑 끼고 변기를 박박 닦으며 화장실 청소하는 중이었는데, 수상 통보 전화가 왔다.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정말 벼랑 끝에서 구원받은 기분이었다."

―대중소설로서 흡인력은 대단하지만 본격 문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문체나 문장 미학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안 하는 건가, 못 하는 건가.

"관심이 없는 거라고 해 달라. 나는 작가보다 소설가로 불리는 게 좋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야기꾼'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다. 문장이나 문체의 미학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문학을 읽던 시대는 끝난 게 아닌가. 영상 시대, 소설이 이야기로 드라마·영화를 이길 수 있나.

"드라마보다 더 극단적인 이야기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설만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배우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 머릿속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하지만 소설은 머리와 심장, 심지어 혈관 속 피까지도 보여줄 수 있다. 끓는 피의 온도가 몇 도인지마저도."

―당신은 영화를 시간의 예술, 문학을 영토의 예술로 표현한 적이 있다.

"영화는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관객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 하지만 소설은 독자가 아무 때나 들어와 뒹굴고 몸을 적시는 진창이다. 수많은 예술 장르에 물을 대는 샘이며, 인간과 삶과 세계의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대지다."

◇"영화 같다"는 표현은 내게 모욕

―당신 소설 3권은 모두 영화 판권이 팔렸다. 처음부터 영화화를 노렸나.

"영화 시나리오를 '7년의 밤'처럼 썼으면 100% 망했을 것이다. 내 소설은 삼인칭 다중 시점이다. 대중영화가 이렇게 시점의 다변화를 꾀하면 이야기는 산만해지고, 관객은 감정이입 대상을 몰라 어리벙벙해진다. 영화를 노리고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영화를 원했다면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을 했을 것이다. 내 성격은 직선이다. 소설 쓰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바쳐 여기까지 왔는데, 영화적이라고 하는 건 모욕이다."

―당신의 소설은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어떤 사람은 소설에서 교훈을 얻고, 어떤 사람은 철학을 얻는다.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나는 '살아보지 못한 삶'을 주고 싶다. 이야기에 몰입한 나머지 기진맥진해버릴 만큼의 강렬한 정서와 인생의 다른 의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

순수 문학과 장르문학, 본격 문학과 대중문학으로 소설을 나누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문학 관계자들의 레토릭일 뿐.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좋은 문학이냐 나쁜 문학이냐의 구분 아닐까. 거칠게 요약하면 정유정의 문학은 '닥치고 이야기'다. 독자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강력한 이야기. 영상 미디어와의 싸움에 지쳐 기진(氣盡)해 버린 한국 문학, 정유정은 드물게 이야기의 힘만으로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참으로 강력한 정면 돌파다.



매일 두 시간 복싱 연습… 초고 3개월, 퇴고는 1년

'북잇수다' 정유정편 촬영현장
채널 19·오늘 밤 12시 10분

작가 정유정의 또 다른 별명은 '소설 아마존'. 활을 당기기 위해 왼쪽 가슴을 잘라냈다는 그리스 신화 속 전설의 여전사다. '북잇수다' 촬영 현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세 가지 에피소드.

①복싱 선수 정유정

하루 2시간, 일주일에 6일을 권투 도장에 나간다고 했다. 체력 유지를 위해서다. 줄넘기와 근력 운동, 섀도복싱으로 2시간을 꼬박 채운다. 지난여름 지리산 암자에서 작품을 쓸 때는 근처 둘레길을 걸었다. 매일 16㎞를 걷고 뛰었다.

 
북잇수다 녹화현장의 정유정씨.(왼쪽)
②스트레스는 술과 고딕메탈로

기상은 새벽 3시. 전날 저녁 8~9시에 잠자리에 든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끊었지만 수면제 대신 종종 술을 마셨다. 큰 잔에 병맥주 한 병을 모두 따르고, 소주 반 병을 붓는다. 그리고 원샷. 꿈속에서 이야기가 자주 전진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고딕 메탈(Gothic Metal)을 듣는다. 남성 보컬이 늑대 소리를 내는 가운데 청아한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소설 캐릭터로 빙의(憑依)나 몰입이 가능해진다.

③퇴고의 달인

닥치고 취재, 닥치고 퇴고다. 6개월 취재, 석 달 만의 장편 초고 완성, 그리고 1년 동안 거듭된 퇴고. 이때 퇴고는 디테일을 수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갈아엎는 수준이다. '화양28'은 현재까지 4번 뒤집었다. 지금도 뒤집는 중이다.



 
       

753  '잘사는 법' 강의하는 영국 런던의 '인생학교'     김형섭 2013/01/23 3576  
 독자의 심장 쥐락펴락… 난 그냥 '닥치고 이야기'     김형섭 2013/01/23 1431  
751   삶을 위하여 건배     김형섭 2013/01/18 1542  
750  항공기 기내식 맛없는 이유 있었다     김형섭 2013/01/15 1286  
749  공장 찾아가 손바닥이 벗겨지게 5년 굴렀다… 가죽 달인이 됐다     김형섭 2013/01/15 4424  
748  영업왕 빌 포터, 타고난 낙관주의로 뇌성마비 이겨내     김형섭 2013/01/04 1745  
747  복사 하나 최선을 다했더니 지금은 CEO가 되었네요     김형섭 2013/01/03 2256  
746  공존의 지혜     김형섭 2012/12/16 1402  
745  열쇠꾸러미     김형섭 2012/12/10 1476  
744  파바로티의 의자     김형섭 2012/11/27 1516  
743  메모장 정리 박스 16개를 가진 김수공 농협경제대표     김형섭 2012/11/22 1393  
742  감정이라는 뇌관을 건드려라     김형섭 2012/09/26 1265  
741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김난도 교수     김형섭 2012/09/24 1648  
740  철학을 경영에 녹이는 방법     김형섭 2012/09/19 1426  
739  씨앗은 죽지 않는다     김형섭 2012/09/12 1288  

    [1][2][3][4][5][6][7][8][9][10][11] 12 [13][14][15][16][17][18][19][20]..[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