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채우는 시간이 미래의 해상도를 결정 한다’
얼마 전,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취재를 했다. 취재를 마친 후 허기진 배를 달래려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한 분식점.
“김밥 우동 세트 주세요~”
주문을 한 뒤 물 한잔을 마시는 데, 앉은 탁자 옆 벽에 커다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얼핏 보니 ‘이게 무슨 사진이지?’ 싶을 만큼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좀 더 뒤로 물러서서 자세히 봤더니 라면 사진이었다.
사각형의 픽셀모양이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의 낮은 해상도라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소위 ‘깨진 이미지’인 것.
세트 메뉴를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알아보기도 힘들고 예쁘지도 않은 사진을 왜 붙여두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분식집을 나서려는 데, 라면의 이미지가 너무 인상적이라 핸드폰으로 얼른 찍어두었다.
그렇게 큼지막한 사진임에도 라면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뭘까. 누구나 알고 있듯 해상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해상도는 dpi에 의해 결정된다.
사전을 찾아보면 dpi(dot per inch)는 1인치당 몇 개의 점이 들어가는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이 씌여 있다. 정해진 면적 안에 더 많은 점이 찍힐수록 해상도는 높아지고 사진의 퀄리티는 뛰어난 것이다.
우리가 보통 ‘아! 정말 아름다워~’ ‘너무 멋지다!’라고 느끼는 이미지는 모두 해상도가 높다. 많은 점이 찍힐수록 이미지는 더욱 섬세하고 아름다워진다.
그런데, 이미지나 사진만 그런 것일까?
이미지나 사진에만 해상도가 있는 걸까?
핸드폰에 찍힌 라면사진을 보며,
‘사람의 삶에도 해상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흘려보낸 시간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만든다
열정이 끊어 오르는 20대 초중반의 시기. 모든 이들이 ‘청춘’이라고 자연스레 떠올리는 나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열정이 넘치는 시간을 흘려보냈었다.
강의시간에 끌려 그럭저럭 학점을 채웠고, 남는 시간에는 여기저기 발산하듯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녔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TV 앞에서 죽치고 있는 날도 잦았던 기억.
물론 뜨겁게 살았던 날들도 꽤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열정은 방향성이 없었고 무턱대고 여기저기 뿌려져 스러지는 물줄기 같았다.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초점 없이 그때그때 시간을 소비하듯 살았다. 하루는 새털처럼 많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20대의 초중반을 보낸 뒤 맞이한 26~7살 즈음.
당시 그려본 30대의 모습은 깜깜한 어둠 그 자체더라. 앞날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고 막연함과 불안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너의 가장 큰 죄는 청춘을 낭비한 죄”라고.
이 말은 내 가슴에 화살로 날아와 박혔고, 이렇게 해석됐다.
‘청춘에 대한 가장 큰 죄는 시간을 채우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청춘의 시간은 열정으로 채워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느라,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다. 그래서 틈틈이 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글귀를 서신으로 적어서 보낸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들아~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시간을 채워라.”
이 글은 정약용 자신의 삶을 통과해서 나온 말이리라. 유배지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지만,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그의 수많은 저작과 업적의 대부분은 그 시기에 만들어진 것. 유배라는 내쳐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채워나간 결과물이었다.
모든 것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자원인 ‘시간’. 이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변화가 없는 혹은 퇴보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 차이는 주어진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느냐, 시간을 채웠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테다.
정해진 면적 안에 더 많은 점이 찍힐수록 사진의 해상도가 올라가고 더욱 아름답고 가치로워지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만큼의 촘촘한 밀도로 살아가느냐, 얼마만큼 많은 점을 찍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의 퀄리티와 아름다움이 결정되는 것이니 말이다.
채워진 시간은 멋진 미래를 완성시켜 준다
그렇다. 시간을 채운다는 것은 미래의 사진에 점을 찍는 일이다.
지금 보내는 하루, 작은 도전, 성취들은 하나의 점이 되어 미래의 모습을 만드는 것.
비전을 가지라고 한다.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생생히 그리라고 한다.
이때 ‘비전을 가진다는 것’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은 내가 바라는 미래의 밑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밑그림만 그린다고 그림이 완성되는가?
그 밑그림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그 속에 찍힌 점의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멋진 사진은 해상도가 높은 것처럼, 멋진 인생을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뜨거운 점들을 찍고 또 찍어야 한다.
흘려보낸 시간들은 미래의 그림에 점을 찍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비전 없이 목적 없이 사는 시간, 그냥 흘려보낸 시간은 원하는 꿈을 이뤄주지 않는다.
픽셀이 많고 촘촘할수록 더 또렷하고 멋진 그림이 되는 것처럼, 지금의 시간의 열정적으로 밀도 있게 산다면 그 하루하루의 점은 미래의 모습에 점을 찍어줄 것이다.
그래서 열정으로 시간을 채운 이들은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만큼 많은 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한다. 궁금해 한다는 것은 설레인 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함이나 불안함이 아닌,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다가오고 ‘가슴 벅찬 미래’라고 앞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앞으로 5년 1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 보자.
어떻게 될지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하다면?
‘나의 미래는 이런 모습일거야!’라는 확신으로 살아가는 이의 모습이 부럽다면?
지금 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미래사진에 점을 찍는 뜨거운 열정으로 보내야 겠다.
창업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CEO라는 미래 사진에 점을 찍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오늘 하루 쓰는 원고지 두 세 장이 바로 그 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찍힌 작은 점들이 열 몇 개, 수 십 개 모였을 때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점들이 수 백 개, 수 천 개가 찍히면? 내가 그리던 아름다운 미래가 나의 현실로 아름답게 펼쳐지지 않을까.
‘오늘 나는 미래사진에 점을 찍었는가?’
‘미래사진의 해상도를 높이고 있는가?’
이런 질문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나의 미래가 라면사진처럼 엉성하게 찍힌 점들로 인해 깨어진 모습이 아니라,
촘촘하게 찍힌 점들로 감동적일 만큼 아름답게 펼쳐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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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꺾일 때 나를 구한 한 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