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어떻게 하나.
▶흡연자는 뽑지 않는다는 원칙 외에 정해진 방식은 없다. 팀에서 알아서 한다. 회의실에서 면접을 보기도 하고, 볼링장이나 술집에서 하기도 한다.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못 쓴다는데.
▶그렇다. 출신지도 못 쓴다. 대신 지원자의 사진으로 입사지원서의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자신을 가장 개성 있게 표현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양복 입는 것이다.
－여행박사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많다. 대통령선거에 투표했다고 직원들에게 돈을 지급한 것도 그렇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였다. 오후 5시까지 투표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기에 직원들이 100% 투표하면 1인당 5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전원 투표에 성공했다. 작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전 직원 투표 시 1인당 30만원, 지난 대선 때는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는 대표 개인 돈으로 지급했지만, 대선 때는 액수가 커서 회사 돈으로 지급했다. 직원들이 서로에게 투표를 독려한다.
－전체주의 아닌가. 한 명이라도 투표를 안 하면 돈을 아예 안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박사에는 연좌제가 많다. 금연이 대표적인 예다. 직원이 한 명이라도 담배를 피우면 그 직원이 속한 본부는 해외 워크숍에서 제외했다. 지난해에는 전 직원이 금연하면 모두에게 보험과 적금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2명이 흡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은 들었지만 적금은 취소했다. 3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서 한 명이라도 흡연자가 나오면 적금에 넣으려 했던 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 것이다.
－연좌제를 실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왕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하자는 뜻이다. 1대1로 금연을 설득하니까 흡연자가 계속 나왔다. 그래서 연좌제를 도입했다. 사내 동호회 지원도 그렇게 한다. 회원 중 소수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지원을 취소한다. 한겨울에 등산할 때도 그렇게 했다. 산 위에 2500만원어치 상품을 숨겨놓았다. 한 명이라도 산에 올라가지 못하면 2500만원 중 한 푼도 못 받도록 했다. 그렇게 했더니 평생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직원도 산에 올라갔다. 2500만원은 직원들 몫이 됐다. 학비 지원도 똑같다. 반드시 졸업을 해야 한다. 졸업하지 못하면 이미 지원한 학비는 월급에서 공제한다.
－골프 100타를 달성하면 1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던데.
▶그렇다. 이왕 골프를 시작했다면 열심히 해보라는 뜻이다. 무엇이든 결과가 있어야 한다. 나와 함께 세 차례 라운딩을 해서 두 차례 100타 이하를 기록하면 1000만원을 받는다.
－여행박사는 급여 책정도 일반 기업과 다르다고 들었다.
▶팀마다 일정 금액을 회사에 세금으로 낸다. 나머지는 모두 팀원들 몫이다. 각 팀이 내는 세금을 모두 합하면 약 10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여행박사는 수익 중에서 10억원은 회사에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직원이 가져간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다. 회사에 세금만 내면 된다. 만약 팀이 아니라 혼자서 영업하는 데 자신이 있다면 회사와 개인별로 계약을 맺어도 된다. 성과가 좋으면 자기 몫이 더욱 늘어난다.
－어떤 효과가 있나.
▶가방 끈은 짧지만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덕을 본다. 고졸 직원들은 10대에 입사해 몇 년 일하면 여행업의 메커니즘을 모두 깨닫는다. 베스트 직원이 되고, 모범 직원이 된다.
－여행박사는 회계시스템도 매우 투명하다고 들었다.
▶누구든지 사내 인트라넷으로 접속해 회사의 재무 상황 등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어디서 얼마를 내고 골프를 쳤는지도 볼 수 있다. 인트라넷에 대표 일정도 공개한다.
－대표의 카드 사용 내역까지 직원들이 보면 불편하지 않나.
▶괜찮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개인 돈을 써야 한다.
－여행박사는 정년이 있나.
▶없다. 투표에서 임원 ,본부장 등으로 신임을 받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 60세가 됐지만 팀원으로 일하겠다면 계속 일할 수 있다. 해고란 없다. 여행박사는 청소부와 경비도 정규직이다. 부산지사의 청소부는 모범 직원으로 꼽혀 보너스 500만원을 받았다.
－직원 복지는 어떤가.
▶가난한 사람은 세금을 못 내도 나라에서 복지 혜택을 준다. 여행박사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실적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여행은 1년에 서너 번은 간다. 연말 여행은 가족 한 명을 동반할 수 있다. 고졸 직원에게는 대학 등록금도 지원한다. 연봉 내에서 무이자 긴급대출도 한다. 병원비는 본인과 직계가족에 대해 1년에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직원이 사망하면 직계가족에게 1년치 월급도 준다. 출퇴근에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직원들에게는 사택도 제공한다. 수당도 많다. 예를 들어 오전 7시 30분 전에 출근하면 조기근무 수당 1만원, 8시에 나오면 5000원을 준다.
－회사가 어려워 직원들과 연봉 1원에 계약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여행박사의 모회사가 외국에서 빌린 2000만달러가 화근이었다. 환율이 오르자 빚을 갚을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 당시 여행박사도 파산했다.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서 여행박사를 재창업했다. 연봉 1원 계약도 그때 했다. 회사에 돈이 없으면 월급을 줄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3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월급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었다. 6개월째부터는 밀린 월급도 지급했다.
－어쨌든 여행박사는 일반 회사와 경영 방식이 많이 다르다.
▶한국의 기존 문화와 저희 문화를 비교하니까 여행박사가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애꾸눈 나라에는 애꾸눈이 정상이고, 두 눈이 있으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경영 관행 중에 비정상적인 게 많다. 여행박사는 앞으로 출퇴근시간도 폐지할 예정이다.
▶ He is…
경북 문경 산동네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포장마차, 주간지 판매 등 50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를 패스했다. 군 제대 후에 늦깎이로 경원대 관광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한 여행사에 취직해 10년간 일했다. 2000년 8월 여행박사를 창업해 대표이사가 됐다. 작년 12월 `즐거운 직장, 행복한 기업`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인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마음이 꺾일 때 나를 구한 한 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