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은 업무가 겹치지 않는 직원들 사이에 소통을 장려할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고민 중이다. 기업에서는 서로 분야가 다른 직원들끼리 마음 편하게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거나 새로운 해법이 도출되거나 최소한 직장 내 연대는 강화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이런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팀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직원들끼리 만날 확률을 컴퓨터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는 것이다. 직원들을 더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어 서로 부딪칠 기회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끼리 마주치면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해지기 일쑤인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에 퀴즈 게임과 같은 재미있는 시스템을 설치해놓는 경우도 있다.
구글 본사 확장 공사는 201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리모델링의 목표는 직원들 사이에 사적인 대화를 최대한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구글은 직원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지메일과 스트리트뷰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구글 대변인은 “구글 직원들이 서로 자주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일하기 편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계획도 당연히 데이터를 집요하게 분석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다층식 복합건물 10만m² 안에 있는 직원들은 2분30초만 걸으면 서로 만날 수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NBBJ는 사람들의 걸음 속도를 관찰하고 여러 각도에서 공간의 직경을 측정했다. (‘무한 루프’ 모양으로 경사진 통로가 건물 안을 휘감고 있어, 직원들끼리 만날 기회를 늘렸다.) 건물 평면도도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좁아서 모든 팀원들이 가시거리에 들어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료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협업이 늘어난다고 한다.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은 과학자 17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과학자들이 같은 건물 안에서 일하고 직장 내 동선(연구실, 사무 공간, 가장 가까운 화장실, 엘리베이터)이 겹칠 때 공동 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간이 3m 겹칠 때마다 협업이 최대 20%까지 늘어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오웬-스미스 교수는 동료와 마주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대화를 하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며 “만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상대방이 내가 모르는 분야에 관한 지식을 알고 있을 경우,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올 가을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완공되는 본사(면적: 1만8,000 m²)에서 직원들끼리 자주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넓은 공간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교외 지역보다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많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은 자포스는 교외에 있는 사무실은 직원 1명이 차지하는 공간이 14m²인 데 비해 이주할 본사는 9m²로 줄이기로 했다. 자포스 본사 신축을 총괄한 패트릭 올슨은 “휴게실은 서로 말을 나누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작고 아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사용 면적을 줄이니 비용까지 절감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것은 당연하다.)
본사는 직원 1,500명이 도시와도 가깝게 접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차장에서 사무실로 연결하는 통로를 없앴다. 그래서 주차하고 사무실까지 오는 길에 인도를 따라서 더 오래 걸어야 한다. 자포스는 트렌디한 호텔 로비처럼 로비를 벽이나 기둥 없이 널찍하게 터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포스 직원들은 다른 회사 직원들이나 방문객들과 로비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어색한 침묵을 깨는 데 도움이 되도록 디지털 게임을 설치했다.
올슨은 원래는 자포스에서 기술직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현재 상사가 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부동산 개발팀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약혼녀도 회사 관련 모임에서 만났다. 올슨은 “1층 만남의 광장이 놀라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연한 만남을 장려하려는 시도는 요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전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픽사 본사 중앙에 화장실을 커다랗게 하나씩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건물 내부를 벽이나 파티션으로 막지 않은 ‘오픈 플랜’ 사무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직원들끼리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지정해주지 않는 회사도 있다. 야후는 최근 재택근무를 금한다고 직원들에게 발표하면서 복도나 구내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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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여유 있는 불우병사 
